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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렴이의 시 쓰기

墨香 金載基 2016. 5. 7. 13:19

 

 

 

 

 

 

 

#비렴이의시쓰기(비렴)

 

시의 이중구조 / 비렴(飛廉)

 

시에 대한 글에서 구성에 완벽성을 기하려 하니 아무래도 작성하는 것이 좀 느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날 때 마다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을 짧게 쓰는 것으로 방향을 좀 선회 했습니다. 단편적인 내용이 많다 하더라도 조금 양해해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시의 이중구조에 대하여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에 이중구조라 하면 시가 다의성을 가진다는 뜻이지요. 다의성이란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하는 것입니다. 장황하게 풀어 쓴다 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테니 일단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래 시는 제가 쓴 것들 중에서 이야기의 이중구조를 가장 쉽고 극명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예(藝)

비렴(飛廉)

 

술을 한다는 것은

술 마시는 것과 같아서

취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름다운 밤이 지나

아침이면 지독한 숙취에 괴로워해도

노을 벌게지면 또 그리울 겁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일찍 마시게 되어

해장에는 술이 최고라는 것도 알게 될 겁니다

취하고 취하다 보면 그대가 그대라는 것도 잊고

술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술이라며 주정도 부릴 거고

어느 날엔 병이며 잔이 깨져 술 쏟기도 할 것이나

미안하지만 그대

이 지독한 술 끊지는 못할 겁니다

술을 사랑하는 이여

부디 일찍 죽지는 마시길

 

 

위 시는 일견하기에 술 좋아하는 사람, 즉 알코올중독자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이 시는 예술가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시에서 이중구조란 이렇게 무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았을 때 전혀 다른 것에 대한 이야기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요? 간단합니다. 전혀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상당히 깊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술꾼과 예술가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그건 바로 ‘중독’ 입니다.

 

이렇게 시의 전체적인 흐름이 표면적인 것과 내부적인 것의 이중구조로 구축이 되었을 때 이를 ‘이야기의 이중구조’라고 말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이렇게 이중구조의 시를 지음에 있어 독자에게 ‘내부 이야기’에 대한 힌트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표면으로 완전하게 감싸여서 안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사실 그것은 이중구조이든 아니든 독자에게 별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요. 다만 작가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 하는 것이겠지요.

 

위 시에서는 제목을 ‘예(藝)’ 라고 두고 시의 첫 행을 ‘술을 한다는 것은’ 이라고 해서 제목과 연이어 첫 행을 읽으면 그대로 뭘 얘기하는 건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음은 소재의 이중구조를 사용한 시 한 편입니다.

 

 

출근길

비렴(飛廉)

 

도로 위를 달리다 이 길

몇 번이나 지났는지 세어본다

 

맑은 새벽들 사이

큰 바람 불고

낮은 비 내리고

거친 눈 쌓여

움패곤 했던

 

설레고

가볍거나 무거운 음악 틀어 들으며

가끔은 기름 떨어질까 조바심 내고

한 번은 부딪혀 보험을 찾고

어쩌다가는

핸들 두들기며 통곡하기도 하는

 

아직도 눈 감고는 가지 못할

살려 가는 길

살아 가는 길

 

 

이 시는 ‘출근길’의 모습과 ‘인생길’의 모습을 이중구조로 해서 써본 것입니다. 소재의 이중구조는 프랙탈(fractal : 부분과 전체가 동일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자기 유사성 개념) 구조가 자연계에 기본적으로 적용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고 좀 있는 척 하면서 말할 수도 있지만, 실은 작가가 쓰고자 하는 원 개념을 바탕으로 별도의 소재를 차용하여 묘사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위 시에서도 가장 쓰기 쉬운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모습을 출근길을 묘사함으로 구성하고 있지요. 2연에서 외부 환경의 변화를 말하고 3연에서 내부적인 것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연에서 힌트를 주고 있지요. 이와 같이 소재의 이중구조라 하는 것도 단순히 은유나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 전체가 외면과 내면의 소재를 이중으로 묘사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요약]

 

이야기의 이중구조 : 두 개의 이야기가 외면과 내면으로 공통적으로 흐르는 것.

소재의 이중구조 : 두 개의 소재가 외면과 내면으로 이중으로 묘사되는 것.

이중구조의 주의점 : 내면의 것을 알 수 있도록 힌트가 있어야 한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