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시를 찾아가는 아홉 갈래 길

墨香 金載基 2016. 5. 25. 11:17

#시를찾아가는아홉갈래길(비렴)

 

시를 찾아가는 아홉 갈래 길 (8~9 정리) / 비렴(飛廉)

 

최영철 시인의 시를 찾아가는 아홉 갈래 길, 마지막 정리 입니다. 이번 8과 9장은 조금 관념적 내지는 많이 시적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일단 정리와 그리고 제 견해를 덧붙여 볼까 합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단풍나무가 되는 나

 

[요약]

시 쓰기에 앞서 남이 쓴 좋은 시를 많이 읽어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남의 좋은 부분과 시 쓰는 구체적인 방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서정시의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시적 대상과 시 쓰는 자아를 동일시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안개속에 묻힌 나를 찾아

 

[요약]

‘나’를 객관화 하여 보는 눈을 길러라.

 

 

[견해]

사실 이 부분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을 꽤 했습니다. 8장의 내용이 제 생각과는 좀 다르기 때문이다 내지는 조금 더 친절하게 말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일단 요약을 하고 제 의견을 따로 말해 놓는 식으로 합니다.

 

시풍(詩風)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풍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나 멋’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시풍은 그 시인 혹은 그가 쓴 시들 고유의 분위기를 말합니다. 문제는 시를 쓰기 시작하는 초기서부터 특정 시인에게 영향을 받게 된다면 자신의 시풍을 확립하지 못하게 되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계신 분들은 한 세상 시 쓰며 살고 싶다고 오신 분들도 계실 것이며 혹은 시 쓰는 것 배워서 시인의 길을 가고 싶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 중 어느 것이든 초기에 남의 시에 깊이 빠지는 것은 자신의 시풍을 확립하는데 큰 난점이 발생합니다. 이전에 말씀 드린 것, 시란 자신의 삶을 쓰는 것이라 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육화된 자신의 언어로 그려내는 것이 시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남의 시에 영향을 받으면 그것은 온전한 자신의 시가 되기 힘들어 집니다.

 

처음에는 잘 써지는 것 같다가도 얼마 가지 못해 곧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나마 심화되기 전에 남이 말해 줘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 이전 남에게 받은 칭찬들이 넘어서는 걸 힘들게 합니다. 그러다가 곧 쓴 거 또 쓰고 또 쓰고, 써놓은 모든 시들이 다 비슷비슷 똑 같은 말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곧바로 절망하게 됩니다. 그 이후로 망가질 수도 있고 부서졌다 다시 쌓을 수도 있겠지만…… 뭐 그건 그렇고요.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시풍이 확립될 때까지 습작기를 거치는 것입니다. 습작을 위한 공부와 참고는 중 고교 교과서에 실려 있던 시들의 느낌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철자법과 맞춤법은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니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겠지요. 습작하는 동안에는 사실 혼자 쓰고 혼자 읽고 또 혼자 사유하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시를 쓰면 남에게 보이고 싶은 것이 또 인지상정인지라 그렇게 하기가 힘들지요. 그럴 때에는 ‘글 올리고 감상하는 것이 목적인 너그러운 밴드’ 에다가 글 올리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습작을 하다 보면 결국 또 쓴 거 또 쓰고 또 쓰고 비슷비슷하게 쓰고 있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됩니다. 그 시점이 바로 공부를 하고 지도를 받기 시작해도 좋은 상태입니다. 위에 쓴 거 또 쓴 거랑 같지 않냐고요? 조금 다릅니다. 위쪽에 쓴 거 또 쓴 거는 남에게 큰 영향을 받은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시어가 남에게서 빌려온 것이고 자신의 언어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반면에 나 홀로 습작기를 거친 사람은 남 보기에 전자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만의 언어를 홀로 습작을 통해 길러온 것이지요. 사용하는 시어가 가지는 깊이도 다르고 무엇보다 시인이 가진 힘이 다릅니다.

 

모든 길은 높은 계단 같은 모양새를 가집니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한 번씩 크게 뛰어 올라야 하는 벽이 있습니다. 그 벽을 넘어서면 또 한 동안 쉬이 이어지지요.

 

시를 쓴다는 것은 삶을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이지요. 스스로를 관조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이런 뭔가 너무 주절주절 한 것 같습니다. 제 견해도 요약을 해야 하겠군요.

 

 

[견해 요약]

 

타인의 시를 많이 읽고 거기에서 배우기 보다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며 홀로 시를 쓰는 습작을 많이 해보시길 권합니다. 초기에는 어려워도 나중에는 비교적 쉬워지니 좀 더 높이 올라갈 가능성이 많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어떤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 권의 책을 읽고 그것을 다 잊은 후에 시를 써라.”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로 만 권의 책을 써라. 삶에는 그만한 것이 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