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묵향(墨香):김재기(金載基)
내가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푸른 잎과
우아한 빨강을 가진
동백으로 피어나
푸른 바닷가
하얀 눈 속에 핀
눈 부신 동백이 되고싶다
한 겨울 날 주변의 식물들은
누렇게 퇴색되어
봄을 기다리고 있다
동백은 자기 세상인 양
빨갖고 흐트러지게 핀다
가만이 몆 일을 지켜보니
동백은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게 아니라
봉오리째 떨어지는 희귀한 꽃인 것을 살면서 육십이 다 되서야 알았다
한 순간에 모든것을 내려놓는 꽃이다
우리네 인생사 空手來 空手去(공수래 공수거)라는데 ......
하나씩 하나씩 내려 놓아야 하겠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피는
빨간 동백의 순수함 처럼
진실하게
당신을 사랑해야 겠다
2017, 01,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