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보고
묵향(墨香):김재기(金載基)
누가 나보고
글을 쓰라고
유혹(誘惑)하여
매일 밤(夜)
잠 못들게 하고
그 놈의 등단(登壇)하게하여
나를 사색(思索)하고
고독(孤獨)하게 만들었는가
매일
책 한 쪽 읽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루는 이 병
오늘 밤 나는 또 몹쓸 병과
씨름을 한다
괜시리 서글퍼 지는 이 밤
동짓달 긴긴 세월은 흘러
4월인데
비가오면 어찌 당신이 그리 보고픈지
슬픈 4월이다
벗꽃도 지고
하얀 목련(木蓮)도 비 바람에
일찍 생을 마감한 지금
희미한 가로등 불빛아래
붉은 동백(冬柏) 만 미소 짖는다
내일 또 비 온다는데
고운 당신께 전화하여
왜 그랬냐고 따져 볼까
내 불알 친구
파묻어 주고
내려 온 그 날
당신은 나 보고
실컷 소리내어 울으라고
위로하던 그 밤
전화기에 부끄런 줄도 모르고
목 놓아 서러이 서러이
울었던 그 밤
어느 새 3년이나 흘러 가 버렸네
호수의 윤슬아
푸른 바다의 파도
잔잔한 윤슬아
내 마음 속에
너 있구나
2017, 04, 14.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