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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해 가을날

墨香 金載基 2017. 10. 16. 12:33

그 어느해 가을날

 

묵향(墨香):김재기(金載基)

 

마음이 너무 휘청이면

발걸음을 다스리지 못 할 때가있다.

 

어느 해

낙엽이 흩날리던 가을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신의 집앞에 서있던 것처럼

 

늦은밤 당신을 바래다 주던 길

혼자 찾은 그 곳

튀어 나오는 그 모든 그림자

 

당신 이였다가

행인 이였다가

당신 이였다가 또

전봇대이다

 

익숙한 길이지만 혼자 낯설다

허락된 시간은 없고

공간만 남은 기억의 잔재 속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당신 행세를 하며 내게 말을 건다.

 

그러다 다시보면

그 모든 것들은

당신이 아니라 내가 장승처럼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

 

모든것이 그립다

가을은 이렇게

천천히 내 마음 속 깊숙히

그렇게

그리움으로

자리잡기 시작 했었지

 

또 다시 다가온

이 가을날

빛 바랜 추억들이 또 다시 찾아 왔나보다

 

베란다 창가에선 귀뚜라미들이

빛바랜 추억 거리를 재잘재잘 거리며 얘기를 한다

 

2017, 09, 21,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