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해 가을날
묵향(墨香):김재기(金載基)
마음이 너무 휘청이면
발걸음을 다스리지 못 할 때가있다.
어느 해
낙엽이 흩날리던 가을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신의 집앞에 서있던 것처럼
늦은밤 당신을 바래다 주던 길
혼자 찾은 그 곳
튀어 나오는 그 모든 그림자
당신 이였다가
행인 이였다가
당신 이였다가 또
전봇대이다
익숙한 길이지만 혼자 낯설다
허락된 시간은 없고
공간만 남은 기억의 잔재 속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당신 행세를 하며 내게 말을 건다.
그러다 다시보면
그 모든 것들은
당신이 아니라 내가 장승처럼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
모든것이 그립다
가을은 이렇게
천천히 내 마음 속 깊숙히
그렇게
그리움으로
자리잡기 시작 했었지
또 다시 다가온
이 가을날
빛 바랜 추억들이 또 다시 찾아 왔나보다
베란다 창가에선 귀뚜라미들이
빛바랜 추억 거리를 재잘재잘 거리며 얘기를 한다
2017, 09, 21, 18:10.